EU·미국발 탄소규제 강화... 배터리·자동차 산업, 정부지원 요청
- 대한상의-산업부 공동, 20일 ‘제3차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배터리·자동차 업종)’ 개최
- 중국의 배터리 원료/소재 공급망 독점... 사용 후 배터리산업 육성 건의
- 2030년 전기차 보급목표(420만대) 달성률 16.1% 불과... 보급목표 현실화, 지원정책 확대 필요
- EU, 디지털제품여권(DPP) 규제강화 전망... 민관합동 데이터 플랫폼 구축해 지원한다
최근 전기차‘캐즘(chasm: 시장 침체)*’현상이 지속되고 EU, 미국 등 주요 교역대상국이 탄소관련 통상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배터리‧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추진현황을 점검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
* 캐즘(chasm): 혁신기술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시적인 침체기
EU에서는 올해 2월부터 배터리 품목에 대해 재생원료 사용, 폐배터리 수거 등 친환경 의무를 강화하는 배터리법(Battery Act)이 시작됐고, 2027년부터는 배터리 품목을 시작으로 디지털제품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제도가 의무화된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과세하는 청정경쟁법(CCA, Clean Competition Act)과 해외오염관세법(FPFA, Foreign Pollution Fee Act) 입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20일 상의회관에서‘제3차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 권국현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순환경제팀장 등 정부·협회 관계자들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배터리‧자동차 관련 기업인, 선양국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동수 김‧장법률사무소 ESG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이 협의회에 참여했다.
중국의 배터리 원료/소재 공급망 독점... 사용후 배터리산업 육성 건의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배터리산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침체, 탄소규제 강화 등 어려운 여건 속에 중국이 독점한 배터리 원료/소재의 중국산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재생원료 사용, 폐배터리 재활용, 지속가능한 원료 채굴 및 혁신공정 개발 등 노력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2030년을 전후해 사용후 배터리가 약 10만개 이상 배출될 전망이다.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원료로 재사용‧재활용하는 사용후 배터리산업이 활성화되면 EU 배터리법 등에 대응할 수 있고, 기업의 탄소중립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배터리산업협회는“사용후 배터리 산업은 탄소중립뿐 아니라 공급망 보안과도 직결돼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면서 사용후 배터리 통합법 제정을 건의했다.
2030년 전기차 보급목표(420만대) 달성률 16.1% 불과 ... 보급목표 현실화, 지원정책 확대 필요
이어‘자동차산업 탄소중립 추진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산업연구원의 조철 선임연구위원이 두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2024년 11월 말 현재 국내 전기차 보유 대수는 67만 7천여대, 수소차는 3만 7천여대에 불과한데다 2023년부터 판매 대수도 감소하고 있어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2030년 누적 전기차 420만대, 수소차 30만대 보급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보급목표의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김주홍 전무는“전기차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구매보조금 축소, 전기차충전요금 할인특례 종료(2022년 7월), 취득세 감면한도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률 축소예정 등 전기차 지원 정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전기차 캐즘 극복을 위해 향후 3년간 전기차 지원정책 확대를 요청했다.
이와함께 업계는 “주요국 탄소규제에 대응하려면 제품수명주기(LCA, Life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데 구매 부품 수가 많은 자동차산업 특성상 탄소배출량 측정과 취합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자동차 1대당 구매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 기준 3만여개, 전기차 기준 1.8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U 디지털제품여권(DPP) 규제 강화 전망... 민관합동 데이터 플랫폼 구축해 지원한다
마지막 발제는‘최신 디지털제품여권(DPP) 규제현황’을 주제로 김동수 김‧장법률사무소 ESG 연구소장이 맡았다. 김 소장은“DPP를 통해 기업은 ESG 데이터를 디지털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는 비교가능한 제품 정보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EU에서 배터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으로 DPP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민관이 협력하여 국가차원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강감찬 산업정책관은“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전기차 시장 침체로 탄소중립에 대한 업계의 부담이 큰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 공급망 (탄소)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차질없이 이행해나가는 한편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탄소데이터 측정 및 취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이달부터 산업부와 함께 착수한‘DPP 대응 플랫폼 가이드라인 개발’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ESG 데이터 문제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